BLOG ARTICLE 감각의 시달림(IMAGES) | 129 ARTICLE FOUND

  1. 2008.03.02 카일 쿠퍼의 타이틀 시퀀스

카일 쿠퍼는 타이틀 시퀀스에서 기발한 작품들을 선보여 독창성을 인정받았다. 매사추세츠대와 예일대에서 미술을 전공한 그는 LA 소재 디자인 회사 알/그린버그 어소시에이츠(RGA)에서 근무했다. 그리고 <쎄븐>의 오프닝 시퀀스로 격찬을 받은 뒤 몇몇 동료들과 독립해 영상 디자인 회사 Imaginary Forces를 설립했다. <닥터 모로의 D.N.A.> <스폰> <도니 브래스코> <미션 임파서블> <함정> <스파이더맨> <새벽의 저주> 등 그는 다수의 영화 작업을 했고, 현재도 <인디아나 존스>등의 영화의 타이틀 시퀀스를 기획, 제작 중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http://www.imaginaryforces.com


















쿠퍼의 타이틀 시퀀스를 살펴보면 몇 가지 특징을 발견할 수 있다. 그 하나는 영상을 취합하고 배열하는 그의 취향이 꽤 어둡고 과격하다는 것이다. 쿠퍼의 필모그래피에 예쁘거나 말랑거리는 영화는 거의 없다. 특히 그는 영화<세븐> 이후 주로 공포물이나 스릴러, 극단적이고 과장된 판타지물의 타이틀 시퀀스를 만들어냄으로써 본인만의 스타일을 구축해 왔다. <스폰>에선 활활 타오르는 불길 사이로 악마의 얼굴이 비치는 이미지를 창조했고, <미션 임파서블>에서는 격렬히 발화하는 도화선을 메인 이미지로 사용하면서 극중 배역들의 얼굴과 각종 자료들을 현란하게 배치했다. <새벽의 저주> 역시 지구상에 벌어지는 갖가지 정치적, 종교적 테러와 분쟁을 담은 뉴스릴과 좀비 떼의 끔찍한 얼굴, 혼란에 빠진 사람들의 토크 쇼 프로그램 클립을 여기저기에 배치함으로써 그의 취향을 드러내고 있다. 특히 검은 바탕에 피가 흐르는 듯한 타이포그래피, 불규칙적으로 들리는 노이즈에 가까운 사운드 역시 현란한 느낌을 배가시킨다.





<새벽의 저주> 오프닝 시퀀스


몸아프고, 잠 못자고 보니까 아주 쵝오다. -_-;; 니가 좀빈지, 내가 좀빈지...














<새벽의 저주>에서 쿠퍼는 실제로 사람의 피를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피로 글씨를 썼다는 말은 아니다. 이 타이틀에 사용된 소스 가운데 적혈구처럼 보이는 이미지들이 있다. 이처럼 쿠퍼는 종종 실제의 생명체나 자연 환경에서 타이틀 시퀀스의 아이디어를 얻는다. 가령 <닥터 모로의 D.N.A.>에서는 온갖 세포와 플랑크톤, 곤충과 미생물, 곰팡이 등을 사용했다. 감독은 세포들이 저마다 전쟁을 치르고 있는 듯한 느낌을 원했고, 쿠퍼는 갖가지 생물학적 이미지 소스와 스타일리시한 문자로 근사한 크레딧을 만들어냈다. <미믹> 타이틀에서는 박제된 나비와 나방을 시종일관 보여 주며, <스피어>에서는 사람을 잡아먹는 괴물 물고기 이미지를 둥그스름한 공 모양으로 아름답게 변형되는 타이포그래피와 조화시켰다.
 

한편 <스파이더맨>의 타이틀 시퀀스는 쿠퍼의 작품 가운데서도 가장 인공적인 축에 속할 것이다. 거대한 거미줄 위에 제작진의 이름이 나포되었다 부서지는 CGI 애니메이션을 시작으로 스파이더맨과 그린 고블린과 뉴욕 도심의 이미지가 과감하게 배치된다. 쿠퍼는 마야와 어도비 애프터 이펙트 같은 컴퓨터 그래픽 프로그램 대신 좀 더 고전적인 방법을 택했다. 오래된 '스파이더맨' 만화책을 디지털 스캔하고 전편의 이야기를 보여 주는 삽화와 현란하게 편집했다. 또한 닥터 옥토퍼스와 스파이더맨의 결투를 담은 컷은 스톱 모션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었다. 영상 매체의 창조자들이 디지털에 목숨을 걸고 있지만 쿠퍼는 영상 테크놀로지의 기본으로 돌아간 것.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시선과 함축적이고 상징적인 아이디어가 있다면 아날로그적인 테크닉은 아무런 문제가 안 된다는 것을 웅변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카일 쿠퍼의 필모그래피에서 가장 호평을 받는 영화는 <세븐>과 <도니 브래스코>다. <세븐>의 타이틀 시퀀스에 쿠퍼는 면도날과 바늘, 편집증적인 글씨와 사진들을 이미지 소스로 활용했으며 흔들리는 글씨로 크레딧을 만들었다. 특히 그는 직접 모든 프레임을 바늘로 하나하나 긁어 이 전대미문의 효과적인 타이포그래피를 완성했다. 이 모든 과정이 순전히 아날로그적이라는 사실은 더욱 놀랍다. 쿠퍼는 컴퓨터 그래픽이 아니어도 이처럼 세련된 영상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을 입증했다. <도니 브래스코>의 타이틀은 서정적이면서 비극적인 정조를 담고 있다. FBI 직원이라는 신분을 숨기고 마피아 갱스터에게 접근해야 했던 주인공 도니 브래스코의 상황을 압축해 보여 준다. 주연인 조니 뎁의 눈동자를 크게 클로즈업한 이미지 위에 비열한 거리의 야경과 뜨내기 갱스터들의 모습이 겹쳐진다. 카일 쿠퍼는 이 영화에 깔려있는 외로움의 정서에 주목하여 오프닝 신을 한 남자의 머리에 고정시키고 눈 부분만으로 화면을 채우고자 했고, 갱들을 바라보는 계속적인 시선을 통해 뭔가가 시작되기 전에 오랜 과정이 있었다는 걸 말함으로써 영화 전체를 감싸고 있는 슬픔이나 쓸쓸함 표현했다.이처럼 카일 쿠퍼의 오프닝 크레딧은 언제나 영화의 내용과 접점을 갖는다. 어쩌면 이것은 타이틀 시퀀스가 갖는 가장 대표적인 특징일 것이다. 그는 2분 남짓한 시간 동안 주제를 압축해 보여 주거나 앞으로 벌어질 사건에 대한 기대감을 증폭시키는 방식을 취한다. 이것은 기본에 가장 충실하단 말일 수도 있다. 그리고 그 스스로도 말하기를 자신의 작업이 항상 스토리에 기반을 두고 있다고 말해왔다. 영화를 맡으면 늘 먼저 시나리오를 읽고 줄거리의 한 부분에서 아이디어를 얻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쿠퍼의 타이틀 시퀀스는 항상 그 자체로 완결성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전체 영화의 맥락에서 떼어 놓고 보더라도 한 편의 영화라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편집과 구성이 탄탄하다. <함정 Arlington Road>이나 <드림캐처>의 타이틀 시퀀스는 마치 과감한 실험 영화나 뮤직 비디오처럼 보인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신고

티스토리 툴바